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8년간의 임기를 마친지 벌써 3년이 넘었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은 극심한 흑백 분리정책이 시행되던 나라로 흑인 대통령은 꿈도 꿀 수 없던 시기였다. 1865년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하면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었지만, 경제적 궁핍과 흑백 차별정책은 여전했다. 반면 그 무렵 흑인의 음악 재즈가 태동해 미국 대중음악의 시발점이 되었고, 백인 문화에도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흑인 인권 운동이 절정기에 이른 1950~1960년대, 재즈 음악은 문화적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잡는다. 당시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던 대표적 재즈 4곡을 들어보자.

 

빌리 홀리데이 ‘Strange Fruit’(1939)

Billie Holiday 'Strange Fruit'

Southern trees bear a strange fruit. (남부의 나무들은 이상한 열매를 맺어요.)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피가 잎에도 있고 뿌리에도 있지요.)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검은 시신들이 남부의 바람에 흔들려요.)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이상한 열매가 포플라 나무에 달려 있어요.)

미국 남부지역에서 빈번하게 자행되던, 백인에 의한 흑인 린치 사건을 묘사한 곡이다. 1930년 8월 7일 인디애나주에서 발생한 ‘토마스 쉽(Thomas Shipp)과 아브람 스미스(Abram Smith) 린치 사건’에서 백인 군중에 의해 교수형 당한 두 명의 흑인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한 백인 교사가 만들었다. 이 곡을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가 소속 레코드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반으로 발표하면서 미국 전역에 퍼지게 되었고, 참담한 흑인 인권의 실상을 알리는 상징적인 노래가 되었다. 나무에 매달린 시신을 “이상한 열매”로 표현하여 지금도 듣는 이의 불편함을 자아내는 이 곡은, <타임(TIME)> 지에서 ‘20세기 최고의 곡(Best Song of the Century)’으로 선정하였고, 미국 국회에 ‘Top 50 Recording’으로 추대되었다.

 

찰스 밍거스 ‘Fables of Faubus’(1959)

재즈계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이자 보스 기질이 다분했던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가 1957년 당시 아칸소 주지사인 파우부스(Orval Faubus)를 조롱한 곡이다. 당시 아칸소 주는 9명의 흑인 학생을 받으려는 한 고등학교에 주 방위군을 투입하여 인종 간 갈등을 촉발했다. 원래는 밍거스 소속사인 컬럼비아레코드 측의 반대로 가사를 빼고 다른 곡명의 기악 연주곡으로 발표했으나, 소속사 교체 후 노래를 포함하여 ‘Original Fables of Faubus’라는 곡명으로 발표하였다. 두 명이 가사를 주고받는 ‘Call-and-Response’ 형식으로, “Oh, Lord, don’t let’em shoot us! (오 주여, 저들이 우리에게 총 쏘게 하지 마소서!)”, “Why is he so sick and ridiculous? (그는 왜 병적이고 우스꽝스러울까?)”라는 가사를 담고 있어, 흑인 인권 운동의 데모 송으로 널리 쓰였다.

 

존 콜트레인 ‘Alabama’(1963)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이 앨범 <Live at Birdland>(1963)에 수록한 이 곡은, 같은 해 9월 15일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일어난 ‘16번가 침례교회 폭파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한 것이다. 큐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소속의 백인이 자행한 이 사건에서 4명의 흑인 어린이가 희생당했고, 이는 흑인 인권 운동의 전환점이 되었다. 곧이어 1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고, 이 또한 이듬해 케네디 대통령이 지지하던 민권법(Civil Rights Act)이 통과하는 계기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법적으로 인종 분리를 종식할 수 있는 최초의 법이 탄생하게 되었다.

 

니나 시몬의 ‘Mississippi Goddamn’(1964)

미국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인 니나 시몬(Nina Simone)은, 메드가 에버스(Medgar Evers, 미시시피주의 인권운동가) 살해사건 같은 남부 지역의 흑인 차별 사건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는 가사로 유명하다. 그는 네덜란드 계열인 필립스 레이블로 옮기면서 정치적 가사를 맘껏 쓰기 시작하였고, 그중에서도 ‘Mississippi Goddam’은 흑인 인권 운동의 대표적인 데모 송이 되었다. 남부 주들은 표면적으로 ‘갓뎀(goddamn)’이란 단어를 문제 삼아 금지곡으로 분류하였고,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송부된 그의 레코드를 반으로 잘라 반송하기도 했다. 가사의 일부를 보자.

Alabama’s got me so upset. (앨라배마는 나를 화나게 해.)
Tennessee’s made me lose my rest. (테네시는 나를 불안하게 해.)
Everybody knows about Mississippi goddam. (누구나 빌어먹을 미시시피를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