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에 25번째 007 시리즈의 연출을 맡을 것으로 발표된 캐리 조지 후쿠나가(Cary Joji Fukunaga) 감독은 일본계 아버지와 스웨덴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어머니에게서 영향받아 역사 문제에 관심이 많고, 20대 중반 즈음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스노보드 선수를 포기하고 영화제작으로 진로를 틀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지만, NYU 대학원에 진학하여 영화를 배웠다. 역사학도 출신답게 사회적 이슈들을 정조준한 학생 시절의 단편 연출작들은 영화제에서 수상 실적을 쌓으며 일찌감치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단편영화 <Victoria Para Chino>(2004)

2003년 5월 멕시코의 불법 이민자 90여명을 태운 냉동트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을 단편영화로 그렸다. 미국 경찰이 고속도록 인근에 버려진 트럭에서 19명의 시신을 발견했고, 그중에는 다섯 살 소년과 그의 아버지도 있었다. 기술적으로 조명과 잡음을 활용하여 트럭 내부의 현장감을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NYU 학생이던 후쿠나가 감독은 선댄스와 밀라노를 포함하여 10여 개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단번에 주목받는 신인 감독으로 부상했다.

단편영화 <Victoria Para Chino>

 

패션 브랜드 마이예 홍보 영상 <Sleepwalking in the Rift>

패션 브랜드 마이예(Maiyet)를 위해 만든 2분 길이의 영상으로, 동아프리카 케냐를 처음으로 방문한 여인과 현지 경비원의 로맨스를 그린다. 후쿠나가 감독의 장편 데뷔작 <Sin Nombre>(2009)에 출연한 배우 헤일리 베넷(Haley Bennett)이 등장한다. 광활한 대자연, 그 위를 뛰노는 기린과 코끼리 무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찌릿한 감동을 안긴다.

마이예 홍보 영상 <Sleepwalking in the Rift>(2012)

 

리바이스 캠페인 영상 <America (Go Forth)>

2008년 12월 리바이스는 광고대행사를 나이키의 Epic 캠페인을 기획했던 ‘Wieden+Kennedy(W+K)’로 교체하면서 금융위기 후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Go Forth> 캠페인 영상 제작을 기획하였다. 앞서 단편 <Sin Nombre>로 명성을 얻은 후쿠나가 감독을 채용하여, 이전의 밝고 스포티한 광고와는 달리 흑백 화면의 어두운 이미지의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의 인물은 모두 상의를 벗고 있고, 찢어지고 때 묻은 청바지를 입고 있다. 태풍 카트리나의 상처를 안은 뉴올리언스에서 촬영했다.

후쿠나가 감독의 리바이스 광고 <America (Go Forth)>